카테고리 없음

유퀴즈 안내견 훈련사 신규돌 나이 프로필 직업 고향

seoulsi 2024. 2. 14. 10:44

"사회가 함께 키워요"..시각장애인 동반자 안내견
-2017. 1. 22

경기 성남시 분당구 지하철 수내역 인근 육교에서는 ‘시각장애인 안내견’이라고 쓰인 노란 조끼를 입은 래브라도 리트리버 세 마리가 훈련에 한창이었다. 각각 길벗, 도담, 마루란 이름을 가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후보견인 이들은 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훈련사들과 함께 계단을 오르내리고 횡단보도를 건너며 1시간 동안 다양한 길에 적응하는 훈련을 받았다. 훈련사가 시각장애인이라고 가정하고 서로 교감하며 이뤄지는 과정이었습니다

21년차 베테랑인 신규돌(47) 훈련사는 후보견들이 받는 훈련이 단순한 교육이 아닌 놀이라고 강조했다. 직선으로 보행하고 계단이 나타나면 멈춰서는 등 기본을 익히는 것은 물론, 시각장애인과 어떻게 호흡을 맞춰야 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신 훈련사는 마루에게 “그렇지”, “잘했어”와 같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때마다 마루는 검고 큰 눈망울로 신 훈련사를 쳐다보고 꼬리를 마구 흔들며 기쁨을 표현했다.

이는 바로 부정적인 언어보다 긍정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긍정 강화 훈련’이다. 훈련사들은 이 같은 방식이 후보견들이 스스로 학습하게 한다고 설명한답니다.

신 훈련사는 “잘한 행동을 했을 때 칭찬하고 간식을 주면 후보견들 스스로 어떤 행동을 해야 하는지 판단한다”며 “칭찬으로 성장하는 후보견들을 보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칭찬 못지않게 교감도 훈련의 중요한 요소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의 훈련사 총 3명이 맡고 있는 후보견은 각 6마리. 훈련사는 주중에 매일 한 시간씩 진행되는 훈련 외에도 후보견들의 식사, 목욕 등을 챙기며 진정한 교감을 나눈답니다.

훈련사들은 이 과정을 거쳐 파악한 후보견들의 특징을 바탕으로 개별적인 훈련 과정을 만든다. 학습의 속도나 성격, 좋아하는 것이 많이 달라 맞춤형 훈련을 실시하는 것. 실제로 이날 길벗과 도담, 마루는 10~20분간 같이 훈련한 뒤 맞춤형 훈련을 소화하기 위해 뿔뿔이 흩어졌다.

삼성이 용인 에버랜드에 위탁해 운영 중인 이 학교의 안내견은 모두 ‘래브라도 리트리버’다. 안내견은 말을 잘 들으며 사람을 좋아하면서도 위탁되기에 충성심이 너무 강하면 안 되는데, 이 같은 조건에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가장 적합하기 때문. 래브라도 리트리버가 전 세계 안내견의 90%를 차지하는 이유다.

삼성 안내견학교 관계자는 “1993년 문을 연 이래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효과적으로 훈련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한다”며 “학교가 20여년간 이어져 올 수 있었던 것은 자원봉사자들 덕분”이라고 말했답니다.

후보견이 학교에서 지내며 훈련하는 기간은 6~8개월 정도다. 이에 앞서 예비 후보견은 태어난 지 두 달이 채 되기 전, 위탁 가정에 1년간 맡겨지는 ‘퍼피워킹(Puppy Walking)’을 거친다.

퍼피워킹은 일종의 사회화 과정이다. 퍼피워킹에 참여하는 ‘퍼피워커’는 예비 후보견이 초인종 소리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대소변을 가리는 것 등을 가르치고 백화점과 지하철을 비롯한 다양한 장소에 익숙해지도록 돕는답니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훈련사가 아니라, '사회'가 키웁니다
- 2018. 1. 28

인생의 절반을 시각장애인 안내견 훈련에 바친 신규돌(50) 훈련사의 입에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그는 그간 67마리의 예비 안내견 중 29마리를 안내견으로 키워내 개인 양성률만 48%에 달한다. 국내에 단 2곳뿐인 안내견 학교의 평균 양성률(33%)을 훌쩍 넘어선 수치입니다.

그런데 그는 “훈련사는 안내견 양성에 중요하지 않다”며 손사래를 쳤다. 지나친 겸손의 표현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의 어조가 너무 단호했다. 이유가 궁금했다


경험 많은 훈련사들은 군용견ㆍ경찰견 등 여러 사역견(使役犬) 훈련 중에서도 시각장애인 안내견 훈련을 ‘꽃’이자 ‘끝판 왕’이 부른다. 많은 시간과 비용은 물론이고 사회적으로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숱한 노력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이다.

신 훈련사는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2가지 요소에 대해 ‘유전과 퍼피워킹’을 꼽았다. 그러고선 “이 두 가지가 잘 조화되면 훈련사들은 쉽게 훈련할 수 있어요. 훈련사는 안내견을 키우는 중요한 요소에 안 들어갑니다”라고 덧붙였답니다.

신 훈련사는 퍼피워커를 비롯한 사회 환경의 중요성에 대해 여러 번 강조했다. “퍼피워커들이 아이들과 함께 백화점, 공원, 지하철 등 다양한 장소에 다니면서 사회화, 즉 사람과 함께 사는 방법을 알려줍니다. 전 세계적으로 봐도 퍼피워커의 헌신 없는 안내견 양성은 존재할 수 없어요. 안내견 사업은 학교만으로 이뤄질 수 없는 사업입니다. 사회가 같이 가줘야 해요.”

퍼피워커들의 역할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부는 약 8~9년간 시각장애인에게 분양돼 안내견으로서의 소임을 마친 은퇴견들을 기다렸다가 여생을 함께 보내기도 한다. 신 훈련사는 “다시 만나는 그 장면은 가장 보기 좋은 한 폭의 그림 같다. 훈련사로서 가장 뿌듯한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비 안내견이 세 번에 걸친 시험을 통과하는데 끝까지 함께하는 이들은 훈련사다. 신 훈련사는 1993년 삼성화재안내견 학교가 문을 연 첫해 입사한 이래 안내견 훈련을 위해 매일 20~25㎞를 걸었다. 훈련사 한 명당 여섯 마리의 예비 안내견을 맡기 때문에 같은 코스라도 6번을 걸어야 한답니다.

훈련사들은 예비 안내견과 하루 훈련(40분 내외)을 마치고 난 뒤에는 관계 형성을 위해 각종 놀이도 함께한다. 정서적 교류를 통해 관계를 형성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훈련보다 오히려 훈련 외 시간이 더 중요하다. 노동 강도에 대해 묻자, 신 훈련사는 “어린이집 선생님 이상일 거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 안내견 학교의 모든 직원들은 ‘시각장애인의 재활에 도움을 주겠다’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일을 하고 있다”며 “첫 직장에서 25년째 일을 하고 있지만, 성과가 나오면서 행복이 쌓이고 쌓이는 느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신 훈련사는 지금까지 예비 안내견 67마리를 훈련시켰다. 앞으로의 목표는 100마리 훈련이라고 한다. “애네들은요, 제가 주는 것보다 그 배, 몇 배 이상의 감정을 저한데 되돌려주더라고요. 엄청난 행복감을 주는 것 같아요. 다시 사회에 이런 직업이 있으니 해볼래? 라고 누군가가 던져준다고 하면, 저는 생각 요만큼도 안 하고 그 길을 갈 것 같아요.”

아쉬운 점은 안내견 훈련사들이 국내에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국내에 시각장애인 안내견 훈련이 가능한 학교는 단 2곳. 훈련사는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이들 중 세계안내견협회(International Guide Dog Federation)가 정한 기준을 충족한 훈련사는 신 훈련사를 포함해 6명이다. 6명 모두 삼성화재안내견학교 소속 훈련사다. 삼성화재안내견학교는 설립이래 총 202마리의 안내견을 시각장애인에게 무료로 분양했다. 안내견 한 마리의 교육비는 약 1억 원. 모기업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답니다.

하지만, 특정 기업이 전액으로 후원해 안내견을 양성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미국, 캐나다, 일본, 대만 등 전 세계적으로 안내견 학교는 개인 기부를 바탕으로 운영된다. 한국장애인도우미견협회가 정부 지원과 개인 후원으로 한 해에 약 3~4마리를 분양하고 있지만, 힘에 부친다.

두 곳의 안내견 학교에 따르면, 국내 시각장애인 중 안내견을 통해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는 이들은 약 1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안내견 학교 두 곳에서 매해 분양하는 안내견 수는 15마리 내외다. 안내견 학교 수와 분양 수 등 모든 지표에서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안내견 훈련에 훈련사가 중요하지 않다’는 신 훈련사의 말은 이러한 현실을 내포하고 있는지도 모른답니다.